핵심 가치가 비주얼 전략을 만든다
어떤 백화점은 화려하고 어떤 백화점은 단정하다. 어떤 백화점은 '비싸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팔겠다'를, 어떤 백화점은 '없는 게 없이 모든 물건을 다 팔겠다'를 가치로 내세운다. 서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다른 것이다.
핵심 가치에 따라 백화점의 로고, 백화점의 주요 색상, 물건의 진열 방식, 조명의 색온도, 직원들의 유니폼 디자인 등이 달라진다. 핵심 가치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만의 해답을 찾아서 나만의 방법으로 고객들을 붙잡을 수 있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규격화된 제품을 소비하던 사회에서 점점 더 개별화되고 자기화된 제품을 소비하는 사회로 간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것을 찾아다니는 사회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만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더욱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11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는 것'은 겉모습만 치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본질을 느껴서 '좋다'라는 감탄사가 나오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왜 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거지?' '나는 이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려는 거지?' 이런 고민들을 하지 않으면 어떤 비주얼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질 때 절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모든 것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잘 살펴보면 오랜 내공을 가진 집들은 다 그런 곳이다. 수십 년 된 가게와 기업 들을 보면 자신의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강한 곳일수록 오래 살아남았다. 이 책에서 내가 설명하는 많은 방법들도 결국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 들이다. 13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기억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주인공인 '나'는 콩브레 마을에서의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려 애써보지만 전혀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건네준 마들렌을 홍차에 적셔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렇게 온갖 노력을 해도 떠오르지 않던 과거의 기억이 미각 하나로 인해 마법처럼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기억에 대한 어떤 진실 하나를 시사해준다. 바로 기억은 이성이 하는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감각이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잊지 않으려면 머리로 외우는 것보다 그 경험을 감각 속에 저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마케팅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지점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해당 브랜드와 상품을 기억시키는 일이다. 한 번 보고서도 잊히지 않도록, 세월이 지나도 머릿속에 남아 있도록 우리는 고객의 감각 속을 파고들어야 한다. 좋아 보이는 것들 안에는 몇 가지 법칙이 숨어 있지만, 브랜드와 상품이 좋아 보여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들에게 기억되기 위함임을 명심하자. 기억되지 않으면 팔릴 기회조차 사라진다. 23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밀그램이 1969년에 뉴욕 한복판에서 실시한 '하늘 올려다보기 실험'이다. 그는 이 실험으로 효과적으로 군집의 동조를 얻기 위한 최소의 숫자는 '3'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주제 색상을 기억하게 하는 원칙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제 색상을 동일 공간, 동일 시간에 시선이 머무는 곳의 세 군데에 반복하자. 간판, 유니폼, 쇼핑백, 로고, 포스터 등에 세 번 이상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색상의 잔상이 뇌에 남는다. 이렇듯 일관성 있게 반복하면 특정 색깔과 이미지가 뇌속에 저장되었다가 찰나의 순간 되살아나 그 브랜드를 다시 찾게 된다. 29
결론적으로 색상이 조화롭게 보일 때 그 비율은 70(기본 색상) : 25 (보조 색상) : 5(주제 색상)이다. 이런 비율로 배색된 공간을 보면 사람들은 모든 게 잘 어우러져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은 곧 맛있어 보이거나 멋있어 보이는 이미지와 연결된다. 51
노란색은 과학적으로 주목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에너지를 주는 색이다. 스마일의 노란색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즐겁고, 유쾌하고, 에너지를 주는 음식과 장소임을 강조하고 싶다면 노란색을 주제 색상으로 선정해도 좋다. 다만 음식에 노란색이나 빨간색, 주황색 등을 많이 쓰면 기름이 많다는 인상을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68
색상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일을 맨 앞쪽에 배열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과일은 고객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고지하는 역할을 한다.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수박, 가을에는 홍시, 겨율에는 귤 등이 집중 배치된다. 바뀐 과일들을 보면 사람들은 시간의 변화를 느끼고, 무언가를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계절이 바뀌면 새로 준비해야 할 것들도 있을 것 같고, 자신을 새로 가꾸어야 할 것 같은 마음도 생긴다. 93
색온도를 나타날 때는 'K 캘빈'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동 트는 시점의 색온도는 약 2200K 로 촛불의 색온도와 비슷하다. 해가 뜨고 40분이 지나면 3000K 정도 되는데, 이때의 노란빛이 도는 색온도가 우리를 깨워 일터와 힉교로 가게끔 만든다. 해가 뜨고 두 시간이 지나면 색온도는 약 4000 쯤으로 백색과 온백색 형광등, 할로겐램프의 색온도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그러다 정오가 되면 5800K 오후에는 7000K 이상이 된다. 물론 날씨에 따라 색온도는 달라진다. 오후의 하늘에 구름이 끼었다면 7000K 맑다면 8000 K정도가 된다. 유난히 맑은 날에는 1만K 이상으로 오른다.
그리고 자연광과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색온도를 가진 인공조명을 통해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카페의 색온도는 보통 2500K ~3000K 정도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에 너무 하얗고 푸른 빛은 적절하지 않다.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손님들을 위해 스탠드를 따로 두거나 그 부분에만 밝은 조명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26
우리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색온도는 일출 뒤 한 시간 후의 색온도, 즉 3500K 이다. 감이 잘 안 온다면, 호텔 화장실의 약간 노란빛을 떠올리면 된다. 128
비주얼의 차이는 대부분 조명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중요한 건 빛의 각도다. 빛의 각도만 바꾸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손님의 나이를 어려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직각으로 떨어지는 빛을 45도로 떨어지게, 즉 빛이 가슴 아래를 향하도록 조정해보자. 그러면 거짓말처럼 다크서클과 주름이 사라져서 훨씬 더 젊고 예뻐 보인다. 당연히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178
대부분의 실내 건축학 책을 보면 식탁 위 조명의 높이는 70~90cm 정도가 좋다고 한다. 주택을 설계할 때 가정집 식탁 위에 이 높이로 조명을 달면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인다고 당당히 적혀 있다. 색 온도는 노란빛이 도는 3000K~ 3800K 정도면 좋을 거라고 귀띔했다. 그렇게 바뀐 식탁 위에 올라간 음식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보일 것이다. 76cm 효과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조명이 낮아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조명 아래로 몸을 기울인다.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음식을 먹게 된다. 더 큰 친밀감을 느끼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189
매장의 연결 통로도 하굣길의 골목길처럼 '유혹의 길'이 되어야 한다. 유혹의 길 입구는 바로 매대의 양쪽 끝 진열대다. 업계에서는 이를 '엔드 매대'라고 부르는데, 마트에서도 엔드 매대의 매출이 다른 매대에 비해 3~4배 정도 더 높다.
고객의 점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물건을 고르는 매장이라면 입구는 오른쪽에 두는 게 좋다. 고객들 중 더 많은 수를 차지할 오른손잡이들은 벽면과 진열대를 오른쪽에 두고 걸어야 쇼핑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 반대가 되면 쇼핑 중 손을 계속 바꿔야 해서 불편할뿐더러, 왼쪽 심장이 바깥으로 노출되어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
하지만 점원이 밀접하게 고객 옆에 붙어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라면 입구를 왼쪽에 두는 게 유리하다. 상품에 대한 접근성보다는 점원의 설명을 듣기 편한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점원이 매대 앞에 자리를 잡고 판매하는 보석상, 안경점, 약국 같은 곳도 입구, 계산대, 주력 상품 진열대 등이 왼쪽에 있다. 그러면 판매자의 권위가 강화되어 그가 상품에 대해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210
애플의 제품 디자인에 비움의 철학을 적용했다. 단숨함과 절제미를 극대화해 사용자들이 아예 디자인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제품에 집중하게 만든다. 애플의 이런 철학은 제품 디자인 뿐만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도 적극 구현된다. 애플 매장에서는 제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고객을 배려해 제품 옆을 충분히 비워두는데, 제품과 제품 사이의 거리는 약 60cm 다. 남자 평균 어깨 넓이가 45cm 쯤 된다고 하니, 제품끼리 60cm쯤 떨어져 있으면 옆에 사람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스마트폰을 만져보고 테스트해볼 수 있다.제품을 진열대 모서리에서 16 cm 떨어진 곳에 진열하는 것도 고객의 신체를 세심하게 배려한 결과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중기 끝부터 손바닥 끝까지의 길이가 16cm쯤 된다. 그러니 모서리에서 16cm 쯤 떨어진 곳에 제품이 있으면 고객이 가장 편하게 제품을 만져볼 수 있다. 223
여러 개의 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진열대의 경우, 매출이 높은 층은 따로 있다. 고객들은 자신의 눈높이부터 무릎 높이까지의 물건만 살펴보고, 그보다 낮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중에도 100~140cm 높이에 진열된 상품이 가장 잘 팔리는데, 그래서 이곳을 '황금구역'이라 부른다. 230
인간의 시선은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왼쪽에는 눈길을 뺏을 수 있는 광고 이미지나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상품을 두고, 오른쪽에는 기본 상품이나 평범한 색상의 상품을 두는 것이 좋다. 가격 측면에서도 왼쪼겡는 할인율이 높은 상품을, 오른쪽에는 마진율이 높은 상품을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화려한 색상이나 저렴한 가격에 시선을 빼앗겨 물건 가까이로 걸어온 고객은 이후 시석을 천천히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다른 상품과 비교를 하게 된다. 233
고객에게 줄 감동을 고객 눈에 보이게 하라.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은 한마디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다. 그리고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시키지 않으며, 사업을 통하여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한다"가 파타고니아의 사명이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매장 인테리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새 매장을 오픈할 때면 환경을 생각해 불필요한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집기 등을 최대한 재활용한다. 파타고니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은 많은 이들이 알아보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동참한 것이다.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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